혹시 거대한 퍼레이드 행렬 속에서 나 홀로 반대 방향으로 걷는 듯한 기분을 느껴보신 적 있나요?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환호하며 발을 맞추지만, 어쩐지 나는 그 흐름이 어색해 조용히 뒤돌아서고 싶은 순간 말입니다. 화려한 조명과 설렘으로 가득 찬 결혼 준비의 정점, 웨딩박람회의 한복판에서 때때로 그런 기시감을 느끼는 예비부부들이 있습니다.
1. 축제 속, 나 홀로 역주행
결혼은 분명 축제입니다. 그리고 웨딩박람회는 그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모아둔, 거대하고 반짝이는 선물 상자 같죠.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인파,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그리고 "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마법의 주문이 귓가를 맴돕니다. 이 압도적인 열기 속에서 '우리'만의 기준을 지키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모두가 '예'라고 외치는 분위기 속에서 '글쎄요'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것은 꽤 큰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2. '반짝임'의 무게, 예물이라는 관문
수많은 부스 중에서도 가장 붐비는 곳은 단연 웨딩박람회의 예물 코너입니다. 눈부신 다이아몬드와 정교한 세공의 시계들은 '결혼의 격'을 상징하는 듯 위용을 뽐냅니다. "이 정도는 하셔야죠", "남들도 다 이 세트는 기본으로 맞춥니다." 웨딩박람회의 많은 컨설턴트들은 친절한 미소로 이 '암묵적인 룰'을 상기시킵니다. 이 반짝이는 관문 앞에서 수많은 커플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거대한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선택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3. "아니오"라는 가장 용기 있는 선택
바로 그 순간, 작은 반란이 일어납니다. 모두가 당연하게 '예'를 선택할 때, 단호하게 '아니오'를 외치는 커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웨딩박람회에서 모두가 줄을 서는 유명 브랜드의 예물 세트 대신, 서로에게 꼭 필요한 작은 커플링 하나만을 맞추기로 합니다. 혹은 예물에 들어갈 예산을 과감히 생략하고, 그 비용으로 둘만의 의미 있는 여행을 계획하거나 신혼집의 대출금을 조금 더 갚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죠. 이는 단순히 '안 하겠다'는 거부가 아닙니다. 웨딩박람회 같은 곳에서조차 남들의 기준이 아닌, 우리 두 사람의 행복에 오롯이 집중하겠다는 용기 있는 선언입니다.
4. 비워낸 자리에 채워지는 것들
예물이라는 '필수 코스'를 비워냈을 때, 그 자리에는 무엇이 채워질까요? 아마도 '본질'일 것입니다. 웨딩박람회가 제시하는 트렌드와 타인의 시선이라는 거품을 걷어내고 나면, 결혼의 진짜 의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값비싼 보석이 두 사람의 사랑을 증명해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웨딩박람회에서 "아니오"를 외치는 것은, 그 비용을 아껴 서로의 미래에 더 가치 있는 투자를 하겠다는 현명함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그 빈자리는 더 넓은 집, 더 여유로운 신혼여행, 혹은 그저 '빚 없이' 시작하는 산뜻한 출발로 채워질 수 있습니다.
웨딩박람회는 수많은 정보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장소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곳이 우리 결혼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정답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웨딩박람회는 포기의 장소가 아니라, 수많은 선택지 중 우리에게 맞는 것을 '골라내는' 현명함이 필요한 곳입니다. 웨딩박람회 방문의 진정한 승리는 가장 많은 할인을 받거나 가장 비싼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닐 겁니다. 수천, 수만 명의 '예' 속에서도 우리만의 '아니오'를 당당하게 외치고, 결국 '우리다운 진짜 YES'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거대한 축제 속에서 우리가 쟁취해야 할 가장 빛나는 예물이 아닐까요?